# 1
어린 시절 매해 봄 내가 넋을 잃고 바라보던 장면들이 있었다.
제비가 날아와 툇마루 위 처마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은 후 정성껏 품는 장면
알 껍질이 툭 떨어진 날 올려다보면 드디어 새끼들이 알을 깨며 나오고 있는 장면.
그날부터 부지런히 어미가 먹이를 물고 날아와 짹짹이는 새끼들 입에 넣어주는 장면.
봄을 기다리고 반겼던 이유 중 하나였다.
내가 8살 되던 정사년, 붉은 뱀 해 초여름 첫 조카가 태어났다.
조카가 태어난 다음 해 봄 처마에 날아든 제비는 알을 낳은 후 그 알들을 부리로 밀어 떨어뜨려버렸다.
툇마루에 떨어져 깨져버린 알들을 보며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가 깊이 슬펐으나 그 장면을 불길하게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에 입을 닫아버렸다.
그 해에 조카를 보러 갔다가 내 삶의 족쇄가 되는 사건을 경험했다.
# 2
대학 내내 농촌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다.
인삼밭에서 일하다가 흰 뱀을 보고 기겁했으나 죽어 있었다.
# 3
20대 초반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는 길,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그 빗속에 바위산을 타고 기어올라가는 흰 뱀이 보였다. 뱀의 눈이 루비처럼 붉었는데 그 눈이 내 눈에 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로나 인간의 제한적인 시력으로나 물리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인데 분명하게 경험한 이상한 사건으로 나에게 수용되어 있는 게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 4
딸이 어려서부터 뱀을 무척 좋아해 심지어 기르고 싶어하더니 성인이 되자마자 몸 두세 군데에 새겨넣었다.
# 5
아들의 태몽을 나도 꾸었지만 세째 언니도 꾸었다.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시커맣고 굵은 뱀.
그 꿈을 꾼 후 언니는 태몽을 꾼 거 같다며 나에게 임신 여부를 묻더니 축하하기는 커녕 내 딸이 너무 일찍 엄마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기면 어쩌냐 걱정하면서 내 딸을 불쌍해했다.
이 다섯 가지 이야기들이 지금 내 안에서 영적 메시지로 통합되어 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뱀은 그냥 뱀이다.
이 사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관점, 나에게 흡수된 그들의 관점 혹은 집단 의식을 걷어내고 나면 내 영혼의 계획, 그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그 진실은 나의 선택에 의해 명료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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