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복덕방 아저씨께서 갑자기 전화를 주셨다.
집 주인이 월세로 돌리든가 매매로 내놓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시면서
이사 갈 계획 없고 계속 살고 싶으냐 물으셨다.
그렇다고 말씀을 드리니 그럼 이렇게 입을 맞추자 하셨다.
세입자가 전세 계약 만료 20여 일 앞두고
너무 갑작스러운 거 같다 하더라고 집주인에게 말할 테니
혹시 집주인이 전화를 걸어오거든 그렇게 대답하라고.
잠시 후 다시 전화를 걸어오셨다.
집주인이 올해 12월에 다시 얘기해보겠다며 물러섰다고.
아저씨 입장에선 자꾸 들고나고 해야 복비라도 받으실 텐데
그리 마음 써주시는 게 참 따뜻해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더니
사람 사는 게 그렇지..하셨다.
그러고보면 지난 6년 동안 아저씨께
특별히 인사를 드리거나 한 일이 없는데
어쩐지 매번 보호해주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아저씨 인정에 어쨋든 10개월이라는 시간을 벌었고
월세로 돌리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토해내야 할 텐데
집주인에게 그만큼의 현금 여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여
빌라왕이네 뭐네 흉흉한 세상에 한 자락 안심하는 마음도 들었다.
일상에 소소하게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는 게 나로선 더 없이 기쁘다.
오늘 오전 11시41분 입춘에 들어섰다.
계묘년 갑인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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