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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후련하다

둥그내 2021. 7. 9. 14:35

 

내 삶의 방식에는 애어른 증후군의 냄새가 뿌리 깊다.
그 대표적인 모습이 분노할 상황에서 이해를 해버리는 것.
그 이해의 바탕에 타인에 대한 연민이 있었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치유 초기에
그 이해에 짓눌려 제대로 화도 못 내고 소리내어 울지도 못 하는
그 부자연스러움에 갇혀 있던 내면아이의 감정에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그림자 속에 들어간 감정에 집중하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허용했다.

뼈 속까지 참는 게 인이 배겼다는 부처님 성모님 쌍욕이
분명 쌍욕인데도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져서
내게 비통한 눈물과 어설프지만 그래도 쌍욕을 마음껏 허용했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제법 분출하며 위로했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꿈에 나타난 나이키 가방
‘남성에 대한 최초의 혐오를 불러온 큰 형부가 준 가방’
그 가방을 준 이에 대한 혐오를 떠올리며
그 부분에 대한 치유가 아직 부족한가

그 혐오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 최초의 ‘나이키’라며 자존심을 부러뜨렸던
대학교 가서 돈을 벌어 리복 가방을 사서 그 가방을 대체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던
그 리복 가방을 20년 넘게 버리지 못했던
자존심에 대한 내 에고의 애착인가

이 정도까지만 생각했었는데..

나이키 가방에 대한 나의 양가 감정에 다른 게 또 있었다.

중졸에 회사 다니다 모함에 빠져 상사 잘못 뒤집어 쓰고 쫓겨나고
퇴직금으로 중동 해외건설 붐 타고 돈 벌러 가려다가
브로커에게 퇴직금을 몽땅 사기 당한
그 시절 이 사회 가장들에 대한 연민

그 연민을 들여다보다가 발견한 익숙한 냄새
애어른 증후군의 냄새..
전에는 파이프 꽂고 빨렸다면 치유를 꾸준히 했으니 지금은
주사기 바늘 꽂고 빨리는 상태겠지..라고 헤샘이 표현했다.

바늘이라도 꽂고 있는 이유?
애어른 증후군 자체가 일종의 ‘중독’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연민? 솔직히 말하면 착하고 싶은 나의 에고

꿈에서 본 가방을 그냥 가방으로 보지 못하도록
스토리를 짜서 꿈에서 보여준 내 에고의 치밀함에 감탄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착함’이라는 에고를 유지하려는 너에게
나는 다시 작별을 고한다.
주사 바늘마저도 뽑아버리겠다.
가방은 그냥 가방이다.
가방의 실용성만 보겠다.
가방에 감정을 묻히지 않겠다.
그 가방에 여행을 위한 내 여권과 중요 물품이 몽땅 들어있지 않은가.

때 맞춰 헤일로 아카데미에서 DNA 힐링을 하게 되었다.
로드 시바의 에너지,
다 타서 죽어버린 잿더미 위에서 새 생명 불새로 부활하는 그녀의 에너지가
참으로 적절했다.

오늘 아침 낡은 에너지의 옷들을 싹 추려 또 한 무더기 버렸다.
속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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