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My Way Home 집으로

몰라서 재밌다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본다, 뻗어나간다

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나의 20대와 화해하며

둥그내 2021. 7. 18. 18:28

딸아이 J가 7월12일 다쳤다.

아이가 뱃속에 있는 동안 기천무의 내가신장 수련을 매일 해서 그런가

특공무술 3단까지 딴 아이는 지난 번 대화할 때 무예, 마샬 아트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했었다. 

빈혈을 다스려야 하고 몸에서 힘을 빼야만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단계였다. 

회사에서 귀가해 부랴부랴 도장을 가기 일쑤이니 스스로 말하기를

사고 당일 워밍업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려운 동작을 하다가 다쳤다고 했다.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어  80센티 가량 통깁스를 했다. 

완치까지 4주 걸린단다.

 

전화로 다쳤음을 알리던 아이는 차분하게 정황들을 들려주었다. 

다리가 완전 다른 방향으로 꺾였다고 하기에 "그럼 좀비 같이 됐던 거야?" 했더니 

"그치 그치.."하면서 막 웃다가 소리에 울음이 주춤주춤 묻어 나왔다. 

"울어?" 했더니 "응.. 놀랐어..무서웠어"했다. 

 

사고 당일 기도하고 아이와 연결한 채 잠이 들었을 때

왼쪽 네 번째 발가락과 오른쪽 세 번째 발가락으로 쥐가 와서 자다 말고 주무르고 걷고 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을 때 다시 잠이 들었었다. 

 

통깁스를 한 아이를 눕게 하고 오늘 마음껏 에너지 힐링을 해주었다. 

놀라서 따끔따끔 얼어붙은 가슴에, 다친 다리와 다친 다리 몫까지 고생 중인 다리에도 

괜찮다 괜찮다 치유를 하고 

그 사이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을 봐두었다가 꼭꼭 주물러주기도 했다. 

아이는 자다 깨다 했다. 

 

노곤해진 아이에게 한 숨 푹 자라..하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눈물이 왜 났을까.. 잘 모르겠다. 

 

아이가 다치던 그 즈음에 나는 힐링 프로듀서로 지원을 하기 위해 '순서 파괴'라는 책을 읽으면서 

운동권 학생이었던 나의 20대를 만나고 있었다. 

노래가 좋아 메아리라는 동아리에 들어갔고 

구로 부정선거에 저항하다가 옥상에서 추락한 선배의 소식을 알게 되었고

그 1주년 집회에서 노래 부르고 내려오다 추락해 오른쪽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히 끊어져버린 사고를 겪었다. 

 

아이도 나와 똑같이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쳤다.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인대 파열이지만. 

엄마가 걱정할까봐 알리지도 않고 홀로 자취방에서 전전긍긍하던 나와 달리 

아이는 다치던 날 단톡방에 그 사실을 알리고 엄마인 나와 전화 통화를 했다. 

너무 놀라서 울지도 못하던 자신을 나에게 드러내어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지와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다. 

 

전경들의 토끼몰이에 골목으로 쫓긴 시위대와 

겁에 질린 그들을 바라보며 사과탄 안전핀을 만지작거리던 어떤 전경

그의 투구를 뚫고서 입체적으로 튀어나온 듯 보이던

그의 비릿하고 잔인한 눈빛과 입가에 퍼지던 칼날 같던 웃음 

시위대를 향해 던져진 사과탄의 폭발음과 비명들 그리고

두려움으로 우왕좌왕 쏟아지던 도망자들의 발길 아래에 깔린 채

내 눈 앞에서 죽어가던 김귀정 

시위대에 '질서'를 외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나의 무능과 절망 

 

그 모든 감정들 속에 아주 깊숙이 숨겨져 있었던 나도 몰랐던 감정이

오늘 딸아이를 치유하면서 흘러나왔다. 

딸아이처럼 나도 그때 놀랐고 무서웠다. 

다리를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놀랐고

보통사람들처럼 걷지 못하게 될까봐 사람들의 발 아래 깔릴까봐 무서웠다. 

놀랐다고 무섭다고 하면 이를 악물고 물리치료를 해도 낫지 않을까봐 

아니 아예 이를 악물지 못하고 무너져내릴까봐 그 정도는 내게 대수롭지 않은 척 했다. 

그 지경에서도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는 착한 딸이 되겠다는 고집으로 

엄마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매정하고 지독한 딸년이 되는 줄도 몰랐고 

다친 사실을 나중에 타인을 통해 알게 된 엄마의 억장이 얼마나 무너졌겠는가도 몰랐다. 

 

딸아이를 통해 내 20대 감정들을 만나고 화해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고마워 딸

미안해요 엄마...

 

 

날개 잃은 선녀 행세하며 과거 내가 나무꾼이라 불렀던 이와 

내 몸을 거쳐 세상에 나온 J와 H 

나의 구루 3인방이 줌으로도 에너지 힐링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힐러로서 개업을 축하한다며 아이패드, 키보드, 펜슬을 오늘 선물로 주었다. 

 

그들에게 

치유에너지로서 세상에 봉헌하겠다, 고맙게 잘 쓰겠다 인사했다. 

 

힐러는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자, 그 힘으로 세상을 치유하는 자 

세상을 치유하는 과정이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 되는 자 

 

나의 20대와 화해하고 이제 그 힘으로 나의 50대를 새롭게 꿈꾼다. 

 

 

'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Adios 내가 죽는 주관적 경험  (0) 2021.07.28
오직 나아가기로 선택합니다  (0) 2021.07.26
후련하다  (0) 2021.07.09
간 밤 꿈에  (0) 2021.07.06
머리를 자르고 보니  (0) 202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