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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의 삶

커플 댄스의 묘미

둥그내 2021. 5. 26. 09:03

코로나는 코로나고 애착과의 이별은 이별이고
내 주특기 ‘그냥 계속 꾸준히 하기 신공’ 덕에
지난 월요일 8주 마지막 날 왈츠 한 곡 완성
뿌듯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느껴지는 커플댄스의 묘미가 있다.

처음엔 남자가 리드를 하고 여자는 팔로우 하도록
그 역할이 고정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천만의 말씀!

각자 자신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서로의 공간을 유지하면서
단순하게 딱 세 가지 방향 전진-후진-사이드로
에너지를 주고 받는 상대와의 타이밍에 맞춰
제 차례에는 과감하게 무게중심을 옮기고
상대방 차례에는 기다리며 따를 줄 알아야 비로소
커플의 움직임이 애씀 없이 가볍고 자연스럽다.

뭣이 중헌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그 생명 에너지가
꺼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
오직 그 흐름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게 중함을
두 사람 모두가 깨우쳐가다 보면
순식간에 휙휙 바뀌는 리드와 팔로우 역할을
몸으로 자연스럽게 수행한다.
사실상 에너지 흐름에 몸을 내맡기는 것.

잘 흐를 때 두 사람이 동시에 느끼는 희열이 있다.

이걸 깨닫는 과정 자체가 마음을 닦는 과정이 되는 이유는
희열을 느꼈던 순간에 집착하면
리드나 팔로우가 좋은 사람과만 추고 싶어하고
움직임이 좋지 않으면 상대방 탓을 하게 되기 때문

번민의 모든 시작이
과정 없이 결과만 보고 그 상태에 ‘착’을 하고
상대방 ‘덕분에’와 상대방 ‘때문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있음은
춤을 출 때도 마찬가지다.

밖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온전히 나로 향하게 하여
스스로를 갈고 닦으면
혼자서는 맛볼 수 없는 종류의 희열이
분명 커플댄스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

7년 만에 비로소 이제
누구와도 어떤 종목이어도 대체로
그 흐름을 유지하며 즐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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