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은 안 떨어졌어?”
매일 화상통화하는 엄니가 간헐적으로 던지는
저 질문에 고지식하게 답해오다가
‘아, 보고 싶다 소리를 저렇게 하시는구나’
퍼뜩 알아진 날이 있었다.
“엄마 나 보고 싶구나?”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입술을 달짝이던 엄니가
”그래, 보고 싶어“ 수줍게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니에게 나 좀 사랑해달라고, 나도 좀 사랑해달라고
눈물 콧물 흘리며 징징거린 이후에 일어난 일
‘참기름’으로 들었을 땐 마음이 익숙한 반응을 보였는데
보고 싶다로 알아듣고 실제 그 소리를 듣고 나니
마음이 크게 동하여 약속 잡고 찾아가
엄니와 함께 밥을 먹었다.
다음엔 동네 절친도 같이 밥 먹고 싶다고
엄니가 내게 어리광 같은 걸 부리셨다.
빙빙 돌리지 않는 직접적인 소통이 주는
상큼한 기쁨이 있었다.
누구든 먼저 시도하면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험이 주는 확신, 가능성의 확대가
삶에 스며들었던 찰라
어떨 땐 나보다도 기억력이 좋은 92세 노모께
깊은 감사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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