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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불새의 낭만

둥그내 2023. 3. 25. 16:35

대학 들어가자마자 동문들 힘을 모아
한겨레 신문에 전교조 지지 광고를 실은 일이 있다.
광고를 본 가족 중 누군가가 식구 전부를 소환했던 것 같다.
집에 가 보니 모두들 와 있었다.
엄마 포함 7명이 나를 에워싼 채
내가 빨갱이가 되었다는 듯 몰아부쳤다.
너 때문에 형부 회사 짤리면 니가 책임질 거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들 누구도 내게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민주노총 간부 4명이 간첩 혐의를 받는다는 뉴스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어제 벌어진 어떤 상황이 나의 저 기억을 소환했다.

집 안에 들어설 때 느꼈던 서늘함 그리고 당황
식구들의 추궁 속에 느낀 두려움, 절망 그리고 죄책감
그 뒤에 찾아온 후회 ‘괜히 나섰나봐’
그 때 깊이 쪼그라든 내면이
내가 나서서 뭔가 하게 되는 상황일 때
두려움으로 내 발목을 잡아끌며
나에게 2인자의 삶을 선택하도록
잠재의식 속에서 이끌어왔다는 게 알아진다.

그동안 이 기억 속의 감정을 치유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엔 조금 다른 게 느껴졌다.
7살에 학교 들어가 ‘촌지’라는 어른들의 생존기술에
깊이 상처 입었던 아이가
‘촌지 없는 세상’을 내건 선생님들께 지지를 보냄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려고 했던 나의 진실
그동안 다른 상처들이 덧씌워지면서 더 약해지고
그로인해 타인이 정의하는 나의 모습에 크게 휘청이느라
내가 깊이 알아주고 안아주지 못했던 나의 진실

이 진실에 깊이 다가가 호흡하면서 머물자
가슴이 시원하게 펴지는 게 느껴졌다.
이 가슴에 이제
대의명분에 집착하는 에고의 낭만이 아니라
불새의 낭만을 그려볼 수도 있을 거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 마지막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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