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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뼈 속 깊이 부끄러울 때

둥그내 2023. 3. 6. 20:35

어부가 공자에게 일러준 8가지 흠과 4가지 환난
(장자 752쪽, 연암서가)

< 여덟 가지 흠 >
1. 자기가 할 일이 아닌데도 그 일을 하는 것 - 외람된 짓
2.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데도 나아가 가까이 하는 것 - 간사한 짓
3. 남의 뜻에 맞도록 말을 이끌어 나가는 것 - 아첨하는 짓
4.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얘기하는 것 - 알랑거리는 짓
5. 남의 악한 점을 얘기하기 좋아하는 것 - 모함하는 짓
6. 사귀던 사람을 떨어지게 하고 친한 사람을 멀어지게 하는 것 - 해치는 짓
7. 남을 칭찬하고는 속임으로써 남을 악에 떨어뜨리는 것 - 간악한 짓
8.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두 가지를 다 받아들이며 얼굴빛을 적응시키고 그가 바라는 목적을 이루는 것 - 음험한 짓

< 네 가지 환난 >
1. 큰 일을 해내기 좋아하고 변혁을 잘 시켜 일정한 것들까지 바꾸면서 공명을 얻으려 애쓰는 것 - 참람된 짓
2. 자기만 아는 지식을 가지고 일을 멋대로 하며 남의 것을 침범하여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것 - 탐욕스런 짓
3.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고 간하는 말을 들으면 그 나쁜 행동을 더 심하게 하는 것 - 포악한 짓
4. 남이 자기에게 찬성하면 괜찮지만 자기에게 찬성하지 않으면 비록 좋은 일이라도 좋지 않다고 하는 것 - 교만한 짓

평소에는 내 꼬라지 부지런히 들여다보며 겸손이 자연스레 우러나오게 하고
돈 받으면 가능한한 텅 비워 상대가 나를 통해 자신을 비출 수 있게 머무르고

이게 힐러의 삶이지 싶다.
내 꼬라지 보게 하는 뜨금한 말씀이 장자에 요약되어 있어 적어본다.

장자 한 권 오늘 끝장을 넘기며 가슴을 쿵 친 문장 두 개도 옮겨본다.

옛날에는 자연의 공로는 잊고 자기 능력만 믿는 것을 ‘자연으로부터 도망쳐 형벌을 받는 자’라 말했다. (767쪽)

장자가 말하였다.
“도를 알기는 쉽지만, 그것을 말하지 않기는 어렵다.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이 자연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인위로 나아가는 근거가 된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스러웠지 인위적이 아니었다.” (768쪽)

자연으로부터 도망쳐 형벌을 받는 자라는 표현에 갈 길을 다잡게 되고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인위로 나아가는 근거가 된다는 말에 저 밑에서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뼈 속 깊이 부끄러울 때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을 힘이 비로소 생겼더랬다.
인간으로서 한계를 수용할 힘과 함께.

장자 할배, 감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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