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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무안함을 느낄 때

둥그내 2022. 4. 15. 10:29

요즘 금쪽 같은 내새끼를 열심히 보고 있다.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해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속 마음, 찐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내면아이를 더 섬세하게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 
 
2020년 7월24일 방송분에는 시도 때도 없이 엄마 배꼽을 만지는 6살 꼬마와
4년간 지속된 이 애착행동으로 고통받는 엄마가 나왔다. 
사랑하는 대상이지만 소통이 되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겪기는 부모자식이 마찬가지인데 
일상을 담은 화면을 모니터링하다보면 
그동안 알아차릴 수 없었던 각자의 진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려 자신을 마중나온 엄마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달려가는 아이 
눈 맞춤 한 번 없이 손에 든 우산을 접느라 바쁜 엄마 
자신이 보낸 사랑에 아무런 화답이 없어 무안해진 아이의 두 번째 시도 
유모차에 있는 동생을 반기며 얼굴을 터치하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더러운 손으로 동생을 만지지 말라고 고압적인 톤으로 말하는 엄마 
또 다시 무안해진 아이는 꽃게 걸음을 하며 또 다시 관심을 청한다. 
 
아이가 묘사하는 엄마는 불을 뿜는 용이고 아빠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호랑이 
그래서 무섭다고 하면서도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말한다. 
모니터를 하던 부모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줄 몰랐고
자신이 사랑으로 하는 행동에 대해 아이가 무엇을 느끼는지
아이의 속마음을 들으며 눈물 흘리고 무서운데도 사랑한다는 말에 오열했다. 
그걸 지켜보며 나 자신의 내면아이에 대한 이해와 엄마로서 나에 대한 반성이 뒤섞여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의 사랑을 알아차려주지 않는 많은 순간들 나의 내면아이가 얼마나 무안했는지 
그럴 때마다 얼마나 위축되어 쪼그라들었는지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무안함을 느낀 아이가 사랑받고 싶은 생존 기술로 익힌 게 꽂게춤이라면 
나는 지식을 내세워 잘난 척 하며 가르치려 드는 기술을 썼다는 게 알아졌다.  
 
그렇게 익힌 기술을 관계 속에서 계속해서 쓰며 더 강화해왔을 거라는 게 알아졌다. 
도구만 달라질 뿐 본질적으로는 애정결핍에서 그리고 쪼그라든 존재감에서 나온
그래서 점점 더 처절하고 비참해진 똑 같은 삶의 기술을. 
 
본질적으로 변함없이 같은 기술을 쓰는 나를
재수없어하며 혹은 상처 입고 절망하며 떠난 이들이 있을 것이고 
재수없어서 거리를 둔 이들이 있을 것이고 
재수없어도 연민으로 견디며 곁에 머문 이들이 있을 것이다. 
 
무안할 때 추었다가 누군가의 관심을 얻은 경험을 한 후
나는 줄곧 나의 꽃게춤을 추었겠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 훈계하는 자라는 위치를 고수하며 자부심을 채워갔겠지.
그렇게 내 몸에 각인이 되어버렸겠지, 나의 이 가련하고 처절하고 오만한 꽃게춤이.
 
나는 이제 나의 이 오래된 꽃게춤을 멈추고 싶다. 
오만한 위치에서 내려와 진실한 친밀감을 경험하고 싶다. 
다양하게 소통하며 다양한 이들과 관계 맺고 싶다. 
모두에게서 배우며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 
그때 그때 상황과 조건에 따라 적절한 에너지로 소통하면서. 
 
무안해서 어쩔 줄 모르고 거절당해서 쪼그라든 아이에게 말해준다. 
 
너에게 눈을 맞출게 
너의 마음에 귀를 기울일게 
네 안에 있는 사랑을 내가 알아줄게 
사랑이 통하지 않아 속상하고 절망했던 너의 마음을 내가 어루만질게..
미움은 사랑이 아닌 거 같아 너를 거절한 사람을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하고
그러는 동안 네 안에 뿌리내려버린 미움을 혐오하고 
미움이 발견될 때마다 네 자신을 미워하느라 이중으로 고통스러워한 너를 
이제 내가 꼬옥 끌어안고 미워해도 괜찮다 말해줄게
괜찮다 아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꽃게춤은 네가 정말 신이나서 추고 싶을 때만 추렴 
무안할 때는 말야 조용히 가슴에 집중하고 가만히 숨을 쉬어보렴 
거기에 내가 있단다 
내가 네 곁에서 언제까지나 너를 지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