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흥국사에서 108배
뒷산에서 만난 부처님 주변 부처들의 다양한 표정과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고개를 갸우뚱한 모습도 보이고
고개를 좌로 혹은 우로 튼 모습도 보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 안의 부처를 만나고 있었다.
우리네 모습이 딱 저렇지..
자등명법등명 自燈明法燈明
오늘은 영천사에서 108배
법당에 '자등심법등심 自燈心法燈心' 배너가 걸려 있었다.
절을 마치고 가려는데 주지 스님이 커피 한 잔 하고 가라 하셔서 응했다.
일회용 커피 스틱을 쭈욱 뜯어 휘휘 타주셨다.
동무 삼은 산 고양이가 밤에 어딘가 머물러 이상타 했는데
그곳을 유심히 보니 독사가 있었노라 하셨다.
'아상' 때문에 번뇌에 시달린다 사람들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삶으로 아는 것을 살아내는 어려움을 얼마나 안타까워하는지가
스님의 경상도 사투리 속사포 랩과 잔뜩 주름잡힌 미간에서 느껴졌다.
스님의 말을 언어로 옮겨 적으면 매서운 비난 같을 수도 있을 테지만
에너지는 군더더기 없이 청량했다.
언어의 한계요 에너지의 정직함이다.
스님이 손수 가꾼 절 마당 잔디 위에 엄마 아빠 손 잡고 온 아이가
훌렁 벗어 둔 신발이 예뻤다.
아이의 신발 옆에 있던 동자승들.
기저귀 갈아달라는 포즈가 저럴까 싶은 동자승도 보였다.
동자승은 어쩌면 우리들의 '내면아이'인지도 모른다.
어제 흥국사 법당 부처님 옆에 있던 동자승이 하늘로 손을 쭈욱 뻗어올리고 있었다.
천국문에는 아이만 들 수 있다는 듯이.
책 '성배' 마지막 장을 넘겼다.
“너 자신이 바로 네 아래에 입을 벌리고 있는 나락이자 건너야 할 다리다.
너 자신이 바로 네가 따라야 할 길이다. 너 자신이 바로 네가 올라야 할 산이다. 너 자신이 네가 찾아 들어가야 할 동굴이다.
그리하여 거기에 앉아 있으면 너는 자신이 머리 위 하늘에 뜬 구름이요, 천상의 노래요,
떨어졌다가 다시 증발하는 빗물이요, 대양과 하나가 되는 물방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무엇을 알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니, 네가 곧 하늘과 바다와 별과 우주의 지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더 이상 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419쪽
“때가 되면 너는 다른 사람들이 따를 수 있는 길, 걸어 지나갈 수 있는 문, 올라갈 산, 누구든지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될 것이다.
네가 성배라 부르는 그것은 마음의 어떤 상태다.
그것은 보관(寶冠)의 이마에 달린 사파이어, 연꽃 속의 보석, 곧 제3의 눈의 열림과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불의 전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과 직결된 어떤 상태다. 불의 전차가 여행하는 범위와 사고력의 범위는
미간 중추의 꽃이 가슴 중추의 땅에 얼마나 확고히 심어지고 천골 중추에 뿌리를 든든히 내렸는가에 정확히 비례한다.
그것이 남성인 생각과 여성인 느낌의 결혼이다. 이것을 유념해라.
생각이 배라면 느낌은 연료다. 생각 자체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생각은 행동하기 전에 계산하여 가능성을 한정하고 조건을 내건다.
반면에 가슴은 모든 상황과 그에 대한 행동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를 즉석에서 직관적으로 안다.
가슴은 행동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보험도 확인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슴은 타인의 허락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한 가지에만 관심이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쌓는 것.” 420쪽
등불이 가리키는 길이 분명 있다.
문이 안에 있다는 것, 열쇠는 안에 있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누구도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소(에고)를 길들여 그 위에 올라탄 채 피리 불며 갈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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