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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비우라 채우기 전에

둥그내 2020. 8. 19. 21:30

# 1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가슴의 갑갑함

눈을 다시 감고 가슴과 배에 손을 올린채

호흡을 하는데도 가라앉질 않았다.

원리츄얼하는데 눈물

왜 이러지?

공부하는 동안 들을 음악을 보내달라던 A을 위해

B가 정성스레 만들어 보내준 음악 파일을

A가 톡방에 뿌려대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행동에서 느껴지는 어떤 의도

어김없이 느껴지는 에고의 비린내

나의 기도를 자신이 벌인 권력투쟁에

무릎 꿇은 행위로 읽어내는

A의 에고에 안녕을 고했다.

나는 그의 본성에만 관심을 두겠다.

그 본성과만 대화를 하겠다.

잠시 기도하고 내맡김

# 2

7년 전인가

어떤 장애인 여성 단체장이

실무자 교통비도 못 주는 상황을 개탄하기에

그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페메로 문의를 하더니

나한테 돈을 보냈다.

그때부터 몇 년 동안

매달 15만 원씩 부쳐줄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딱 두 사람은 아직까지 계속 보낸다

매달 3만 원씩

적당히 모이면 15만 원을 보낸다

뜨문뜨문

그 단체는 매년 말

자신들이 활동한 내용을 빼곡하게 정리해

저랑 그 두 사람에게 메일로 보낸다

감사 인사와 더불어

단체 대표는

어디서 후원품이 들어오면

그거라도 나를 주고 싶어서

와서 가져가라하는데

마음만 받는다

오늘 내 통장에 들어온 돈을

내가 그때 만든 T-머니 통장에 옮기고

동전 처리하려고 은행 갔다가

그 일을 모두 마친 후 정작 내가 만난

진짜 숙제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와 결국 만났다.

돈도 못 벌고 있는 요즘

꼬박 1년을 어딘가 후원해왔는데

나의 마음이 자꾸 내게 물었다.

어디 땜방 가서 10만 원

전주까지 땜방 가서 차비 빼고 5만 원

그거 벌면서

내가 무슨 단체를 후원하나

하품이 나다가도

더 큰 선을 향해

헌신도 하고 봉사도 하고 그러는 거지

너무 야박하게 그러지 말어

그러기도 하고

아주 마음이 춤을 췄다.

산책을 하며 계속 물었다.

어떡할까.

끊으라, 그래야 그 조직도 배운다.

만고의 네 미련이요 집착임을 알라.

비우라.

은행에 도로 갔다.

끊었다.

그거 하나 끊는 게 그렇게 힘이 들어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북어국에 밥 한 사발 말아먹고 뻗었다.

바닥에 붙은 온몸의 진동이

바닥을 통해 다시 전해질 정도로 강렬했다.

# 3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채우기 전에 잘 채울 수 있도록

비우라는 뜻이었나보다.

지금 나는 고단하나 평안하다.

잔잔하게 흐르는 힘 그리고 기쁨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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