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눈을 뜨자마자 느껴지는 가슴의 갑갑함
눈을 다시 감고 가슴과 배에 손을 올린채
호흡을 하는데도 가라앉질 않았다.
원리츄얼하는데 눈물
왜 이러지?
공부하는 동안 들을 음악을 보내달라던 A을 위해
B가 정성스레 만들어 보내준 음악 파일을
A가 톡방에 뿌려대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행동에서 느껴지는 어떤 의도
어김없이 느껴지는 에고의 비린내
나의 기도를 자신이 벌인 권력투쟁에
무릎 꿇은 행위로 읽어내는
A의 에고에 안녕을 고했다.
나는 그의 본성에만 관심을 두겠다.
그 본성과만 대화를 하겠다.
잠시 기도하고 내맡김
# 2
7년 전인가
어떤 장애인 여성 단체장이
실무자 교통비도 못 주는 상황을 개탄하기에
그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페메로 문의를 하더니
나한테 돈을 보냈다.
그때부터 몇 년 동안
매달 15만 원씩 부쳐줄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딱 두 사람은 아직까지 계속 보낸다
매달 3만 원씩
적당히 모이면 15만 원을 보낸다
뜨문뜨문
그 단체는 매년 말
자신들이 활동한 내용을 빼곡하게 정리해
저랑 그 두 사람에게 메일로 보낸다
감사 인사와 더불어
단체 대표는
어디서 후원품이 들어오면
그거라도 나를 주고 싶어서
와서 가져가라하는데
마음만 받는다
오늘 내 통장에 들어온 돈을
내가 그때 만든 T-머니 통장에 옮기고
동전 처리하려고 은행 갔다가
그 일을 모두 마친 후 정작 내가 만난
진짜 숙제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와 결국 만났다.
돈도 못 벌고 있는 요즘
꼬박 1년을 어딘가 후원해왔는데
나의 마음이 자꾸 내게 물었다.
어디 땜방 가서 10만 원
전주까지 땜방 가서 차비 빼고 5만 원
그거 벌면서
내가 무슨 단체를 후원하나
하품이 나다가도
더 큰 선을 향해
헌신도 하고 봉사도 하고 그러는 거지
너무 야박하게 그러지 말어
그러기도 하고
아주 마음이 춤을 췄다.
산책을 하며 계속 물었다.
어떡할까.
끊으라, 그래야 그 조직도 배운다.
만고의 네 미련이요 집착임을 알라.
비우라.
은행에 도로 갔다.
끊었다.
그거 하나 끊는 게 그렇게 힘이 들어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북어국에 밥 한 사발 말아먹고 뻗었다.
바닥에 붙은 온몸의 진동이
바닥을 통해 다시 전해질 정도로 강렬했다.
# 3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채우기 전에 잘 채울 수 있도록
비우라는 뜻이었나보다.
지금 나는 고단하나 평안하다.
잔잔하게 흐르는 힘 그리고 기쁨
7월 31일
'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심하지 말라 (0) | 2020.08.19 |
---|---|
나마스떼 (0) | 2020.08.19 |
편지 (0) | 2020.08.19 |
섭섭함, 내맡김, 사죄 (0) | 2020.08.19 |
비우고 새로 맞이하기 (0) | 2020.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