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My Way Home 집으로

몰라서 재밌다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본다, 뻗어나간다

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구원자 증후군과 에너지 뱀파이어의 찰떡 궁합

둥그내 2021. 3. 7. 17:29

힐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 신은 나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 

바로 나의 아킬레스 건, 구원자 증후군이다. 

내가 그동안 선한 의도로 해온 것들이 어떤 식으로 변주되는지를 보게 하셨다. 

 

A와의 인연은 10월 공개워크숍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에너지 감도가 좋은 A는 내게

에너지 힐링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준 인물이었다. 

서로 실습하며 연습하면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만날 수 있는 장이 열리자

내가 주로 치유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그녀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치유는 셀프라지만 난 다른 사람한테 마사지 받고 힐링받는 게 그렇게 좋더라." 

 

이 말에 많은 것이 사실상 내포되어 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나와 만나는 기간 동안 A는 다른 힐러나 안마사들에게도 찾아갔는데 

그들에게는 세션비를 제대로 지불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세션비를 받아야겠다 싶어 딱 한 번 비용을 받았다. 

 

서로 에너지 힐링을 해주기로 했던 날에도 결국 A는 몹시 힘든 모습으로 찾아와 

한 시간 정도 에너지 힐링을 받고는 총총 집으로 사라졌다. 

 

며칠 후 A는 또 다시 폭풍 속으로 들어갔는데 

다른 힐러에게 비싼 세션비를 주고 세션을 받은 후 

내게 마지막으로 방문해서 폭탄을 터뜨리고 사라졌다.

그날 주기로 했던 지리산 꿀도 잊은채.. 

 

A는 내가 구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 

가족 불화의 불안을 견디지 못해 빌어서라도 평화롭고 싶었던 나였다. 

나를 구하는 대신 남을 구하려던 나, 구원자 증후군에 빠진 내가 

A를 불러들여 에너지 뱀파이어가 되도록 허용한 셈이다. 

 

B도 있다. 

 

그냥 놀려고 만든 장을 B 역시 세션의 장으로 마음껏 활용했다. 

나는 초보 힐러로서 세션을 연습하는 장이 펼쳐진 것으로 이해하고 

최대한 응했다. 

 

마지막 날 B는 별안간 나에게 24시간 힐러로 있지 말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했다. 

 

나는 7살부터 줄곧 '허무'라는 감정 때문에 시달려왔는데 

이제 허무에서 '공'으로 넘어가는 단계인 것 같고 

그 과정에 힐러라는 역할이, 내 앞에서 사람들이 꽃 피어나는 장면을 목격하는 역할이 

그 '공'의 느낌을 충만하게 해주고 있노라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런 내게 B가 말했다. 

"내가 왜 이렇게 답답하지? 그런 거 말고. 그내, 억울하지 않아? 감정을 좀 드러내봐" 

 

이런..

B는 내게 억울함이 없음을 거짓이라 규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답을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내가 B에게 한 말은 그냥 허공을 헤매고 있을 뿐이었던 것. 

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하다니.. 교활한 에고의 등장이었다. 

감정을 말할지 말지는 본인의 선택이니

함부로 말하라 강요말라고 강력하게 경계선을 치고 헤어졌다. 

치유는 커녕 있지도 않은 감정을 말하라 강요받는 꼴이라니..

입맛이 씁쓸했다. 

 

B 역시 돈 안 내고 받을 수 있는 힐링을 그냥 누렸을 뿐..

누굴 탓하겠나, 이 역시 내가 만든 결과인 것을. 

 

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내가 구원자 증후군을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자 남자를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질 수 있는지를 크게 배웠다. 

이런 씁쓸한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처방전이 

'에너지 등가교환'임을 뼈져리게 느꼈고. 

 

2월 22일 졸업하던 날 웹명함이 나와 그동안 내게 연락해오던 이들에게 

명함을 보내보았다. 

 

차 한 잔, 밥 한 끼 등으로 어떤 시간을 누린 이들은 읽고 무반응 

어떤 이는 양자미학 파일 전송하며 축복 

어떤 이는 드림 캐쳐 선물 등등 다양한 반응을 통해

그동안 누가 에너지 뱀파이어였고 누가 나의 동반자들이었는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나의 구원자 증후군을 치유하면 할 수록

인연은 더욱 소박해지리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다. 

 

어제 보험설계사와의 인연처럼..

그녀는 나의 둘째 언니이다. 

아빠 돌아가신 후 방학이면 나를 집으로 초대해 함께 탕수육을 만들어 먹고 

직장 근처 서울역에서 만나면 남대문 시장에 들러 갓볶은 땅콩을 사주던..

언니가 어려운 시절을 지나올 때 은혜 갚는 심정으로 부탁하는 족족 보험을 들었었는데  

그 저변에도 나의 구원자 증후군이 있었음을 깨닫고 어제 비로소 

그 오래된 고정된 역할을 끊어냈다. 

 

언니랑 비로소 존재로 만날 수 있게 된 느낌이다. 

 

상큼한 딸기를 먹으며 셀프 치유해야지! 

힘이 솟아오른다~~~

'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자가 피려는가  (0) 2021.03.13
재교육 아카데미 8 소회  (0) 2021.03.12
내가 창조한 세상  (0) 2021.03.06
봄이다  (0) 2021.02.28
산 짐승을 어쩐답니까  (0) 2021.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