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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고마워요 그대

둥그내 2021. 2. 1. 20:29

 

“하아.. 죽기 전에 혼자 살아보고 싶다..”

식탁에 앉아 있던 그가 내게 말했다.
내가 설거지를 하면서 저런 말을 했노라고.

“내가 그런 말을 했어요?”

깜짝 놀라 되물으니 그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이제 그것 밖에 없는 거 같다고.
그 말을 하는 그의 눈이 참 슬퍼보였다.

한숨에 묻어 튀어나온
나도 모르는 내 내면의 깊은 소리에 귀를 기울인 건
정작 그였다, 내가 나무꾼이라고 비아냥댔던.

“도대체 왜 헤어지는 겁니까?”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판사가 물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고 떠드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떨림을 나는 애써 모르는 척 했다. 

두 개의 우주가 엉킨 오랜 상호종속 관계에서 벗어날 때
상실감, 홀로 서야 하는 낯선 세계를 마주할 때 오는 두려움
그 감정에서 오는 떨림과 진동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가 자신의 그 지난한 고통과 두려움을
내 영혼에 대한 그의 영혼의 사랑으로
온전히 끌어안았음을 이제 느끼며
깊이 머리 숙여 감사한다.

우리 둘의 스승으로 온 J와 H의 여정 초반을
내가 주력하여 동행하였고
내가 넘긴 바톤을 그가 손에 쥐고
아이들 여정의 중반을 동행하고 있다.
가족 단톡방에서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명절에는 울엄니 집에 함께 모여 밥을 먹는다.
엄니와 언니들은 그를 존재로 품고 그도 우리를 존재로 품는다.
일 년에 두 번 그는 엄니와 고스톱 치며 놀고 용돈도 드린다.

나의 홀로서기가 제도적으로 선언되던 그 날
그가 나의 자유를 축복하며 꽃다발을 주었었다.
다음에 그를 만나게 될 때 나도 그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주고 싶다.

“요즘은 한의를 조금씩 공부하는 중입니다.
내가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육체를 알아가는 과정이 세상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일 것 같아요.
에너지의 근원이 빛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고
에너지가 내부에서 어떻게 연관을 맺으면서 작동하는지
거기에 뇌가 어떤 식으로 조율하는지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가는지
왜 마음이 심장에 머무는지...궁금하던 것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느껴보려구해요.”

그림자를 사랑으로 품을 때 슬픔이 느껴짐을
오늘 그가 들려준 여정을 떠올리며 알게 되었다.
그 슬픔은 회한의 설움에서 나오는 그런 슬픔도
나와 그의 사랑을 애도하며 나오는 슬픔도 아니었다.
몸을 입고 온 우리 영혼이 사랑을 깨달을 때까지

반드시 겪어야할 그 고통과 번뇌에 대한 슬픔..

나의 슬픔이 그의 슬픔이요 우리 모두의 슬픔임을
사랑으로 품으니 알겠다.

가족으로 묶여 이 별에 온 우리 네 사람
각자의 여정을 존중하며 축복한다.
자신을 지극히 섬세하게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모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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