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나고 있다.
냉장고 온도계가 연일 섭씨 37-8도를 가리킨다.
덥다, 끈적인다 등의 느낌을
중립적인 태도로 감각하니 지낼만 하다.
피서의 필요성도 새롭게 다가온다.
공원을 산책하다 갑자기 비라도 쏟아지면
울창한 나무 밑에 잠시 서서
비가 대지에 스며들 때 올라오는 독특한 흙냄새
순식간에 잦아든 매미 소리
나뭇잎을 건반 삼아 두두둑 빗방울이 연주하는 소리에
세포들이 춤을 추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면 하나 둘 떠오르는 어린 강희
소나기를 흠뻑 맞으며 물웅덩이를 발로 차던
개구진 아이
산에서 놀다가 비라도 쏟아지면
깔고 앉았던 쌀포대를 뒤집어 쓰고
두꺼비가 입을 쫘악 벌린 모양을 하고 있는
두꺼비 바위까지 내려와
그 입 속에 쏘옥 들어가 배를 깔고 누워서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제끼던 아이
비 온 뒤에 펼쳐지는 불 타는 하늘을
우와아아~ 넋 놓고 바라보는 아이
이렇게 보내는 여름 뒤에 찾아올 가을은 또
얼마나 반가울지
입추를 앞두고 더위가 분명 한 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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