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My Way Home 집으로

몰라서 재밌다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본다, 뻗어나간다

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상상, 어떤 상태에서 할 것인가

둥그내 2022. 10. 22. 16:00

헤일로 아카데미 팀프로젝트 일환으로 팀원들과 함께 교재에 있는 DNA 힐링 테크닉 167번 내면아이 치유, 170번 과거 감정 치유, 179번 오라정화를 21일간 진행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보았다.
치유 시간을 정해두고 하진 않고 일상에서 별다른 자극이 없는 날은 그냥 내키는 시간에, 자극이 있는 날은 자극 후에 바로 치유에 들어가보았다.

자극이 없었는데 치유하다가 가슴에 가득한 미안함을 느끼게 되어서 그 미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단순하게 묻게 되기도 하고 내면아이가 필요한 돌봄을 요청하면 그대로 해주었다.

삶에서 강한 자극이 있던 날도 있었다. 초대받기를 기대했으나 초대받지 못했음을 알았을 때 일단 몸의 반응은 얼음.. 그리고 즉시 머리 속에서 생각이 날아다니는데 ‘아직도 그렇게 인정받고 싶냐, 그런 식으로 증명하고 싶냐, 아직도 그렇게 자존심을 못 버렸냐’ 약간 못마땅한 톤으로 쯧쯧 거릴 때 즉시 치유. 치유 들어가도 금세 생각이 수그러들지 않고 떠다니는데 그럴 때는 생각에 끄달려 숨을 깊이 못 쉬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자각하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면 몸에 물감 번지듯 빛이 번져나가면서 고요해지고 그러고나면 자존심마저도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기억과 그때 알아주지 못한 감정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15일차 되던 날은 어떤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어떤 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죄책감을 돌려막기하면서 드라마에 얽혀 들어가는 모습에 엄청 짜증을 느끼는 상태에서 치유.
그동안 살아오며 이러저러한 구설들에 휘말려 고통스러웠던 시간들 속에 쪼그라붙어 웅크리고 있는 내면아이를 만났다. 여기 치유 공동체에서도 아직까지 어떤 구설 속에 있는 느낌이 싫었다. 그 아이에게 적절한 경계선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경계를 뚜렷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많이 미안해서 사과하고 나니 고통에서 한 발 떨어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감정이 고통에서 슬픔으로 반가움으로 그리고 안심하는 호오..로 바뀌는 느낌.

그리고 17일차
별안간 어떤 장면이 떠오르고 무서움이 확 느껴지면서 통곡하게 되었다.
병석에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빠와 여행가는 기차 안
나를 지키던 아빠의 앙상한 팔
기차 출입구 난간을 붙잡고 바람을 맞으며
저 멀리 바라보던 아빠에게
삶이 이리 고단하니 아빠가 원하는 곳
저 멀리로 가셔도 좋겠다.. 생각했던 장면.
얼마 안 있어 출장 가셨다가 연탄가스로 돌아가신 뒤
생각을 품고 창조를 한다는 게 늘 무서웠던 것 같다.
아빠 죽은 게 다… 내 잘못이고 책임. 내가 그런 생각을 품어서 그런 일이 벌어졌나.
엄마의 슬픔도, 후회도, 내게 벌어진 일들도 그냥 다 내가 감당해야지..
계속 그렇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경계선이 뚫렸었다는 게 알아진다.
내가 창조한 현실이 누군가를 구하는 현실이어야만 했던 이유..
내 경계가 뚫린 채로 남을 구하겠다고 남의 경계를 침해하는 삶의 전말..

아빠와 관련하여 항상 떠오르던 장면이고 이것이 내 죄책감의 뿌리일 수 있겠다는 것을
치유 과정에서 충분히 알아주었다고 생각했으나
이 날의 통곡을 경험하며 충분히 가슴으로 알아주지 않았다는 게 알아졌다.
다음 날까지 문득문득 가슴에서 찌걱찌걱 눈물이 나왔다.

19일차에 아빠의 메세지를 들었다.

'우리 이쁘고 똑똑한 막내딸 강희야
니 위로 강옥이를 지키지 못해 4살에 보내고 내가 니 엄마를 졸라 너를 낳았단다.
어린 네가 노래를 할 때마다 햇살처럼 빛났다. 꿈에 나타난 귀신이 대문 열고 들어올까봐 무섭다고 할 때는없는 살림이지만 튼튼한 철 대문으로 갈아끼워서라도 너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단다.
그런 너를 너무 어릴 때 두고 떠나 미안하구나.

살아보려고 똥지개도 졌었는데 비위가 약해 일주일만에 그만둔 적도 있었거든. 삶이 참 고단하여 음주가무로 훠이훠이 털어보려던 노력을 어쩐지 너는 이해하는 거 같았다.
병석에서 일어나 처음으로 떠난 여행길 기차 안에서 네가 마음 속으로 ‘아빠가 원하는 곳으로 가셔도 좋겠다’ 품은 생각을 나는 다 느끼고 있었단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우리 강희가 고마웠어. 나도 지구 여행을 이제 슬슬 정리하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거든.
네가 문득 문득 두려울 때마다, 춥게 느껴질 때마다 떠올리는 그 따뜻한 기억들을 그래도 남기고 떠나오려고조금 더 머물렀단다. ‘근데 아빠가 떠나면 나는 어쩌나..’ 그때 네 마음 속의 두려움도 느꼈기 때문이란다. 그런 기억이 언제든 네 가슴 속 사랑을 일깨운 불씨가 된 걸 감사한다.
우리 막내딸..
네가 그때 품은 생각이 나의 사고사로 현실에 나타나 얼마나 놀랐을까.. 그러나 그건 네 잘못이 아니란다. 그런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한 건 나의 선택이었어. 불쌍한 네 엄마 죽을 때까지 생활비는 계속 나오게 하려는나의 계획이었단다. 그러니 이제 그만 나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렴.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꿈꾸고 마음껏 창조하렴. 너는 이해심 깊고 사랑이 많은 아이란다. 네가 잠가둔 너의 힘을, 너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며 원 없이 헌신하다가 돌아오렴.
사랑한다 우리 막내딸'

아빠의 메세지라는 게 물론 그저 나의 상상일 수도 있겠으나 중요한 건 저런 관점으로 아빠의 죽음을 바라보게 된 게 처음이었다는 점.
관점이 바뀐 게 기뻤고 에고의 로맨스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가벼움이 느껴졌다.
작년에 공동체 여러 이슈로 헤쌤이 아팠을 때 내가 왜 무서웠는지, 올해 마스터클래스는 에너지 맞는 사람들과 제대로 마스터클래스답게 할 수 있겠다 했을 때 왜 기뻤는지, 그러면서도 가슴 한 편이 시린 게 왜 그랬는지. 그 감정 상태들이 자연스럽게 납득이 되고
애초에 헤쌤이 어린 시절 포대기에 들쳐 엎은 동생을 지키지 못할까봐 두려웠던 거, 남동생 죽음에 대해 지닌 죄책감에서 어떻게 구원을 얻었는지에 왜 그렇게 끌려서 이 공동체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20일차
이전 공동체에서 겪었던 상황과 매우 유사한 상황을 이 에세네 공동체에서 겪으면서 무척 고통스러웠다.
다른 게 있다면
이전 공동체에서는 뭐가 문제인지를 몰라 나를 알고 싶어서 여기로 왔고 온 지 얼마 안 되어 이전 공동체 일원에게 머리 말고 가슴을 쓰라는 훈계 전화를 받았었다면.. 지금은.. 내가 이곳에서 버티며 치유를 지속하고 있고 최근 그때 전화했던 분이 전화를 걸어와 그때 내 마음을 알겠다며 사과를 했고.. 또 지금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하나 하나 알아주고 있고 내 마음이 아프다는 걸 느낀다는 점이다.

21일차
많이 충분히 울었다 생각했으나 팀원들 앞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눈물이 또 나왔다.
이 눈물이 자기애에 기반한 나르시시즘적 자기연민에서 나온 것인지 치유의 눈물인지 다만 그때 그때 자각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내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을 때엔 도반들이 거울이 되어 비춰주겠지..
적어도 나는, 그동안 나의 감정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부족하여 자존감이 매우 낮은 상태로 살아온 나만큼은 나의 감정에 힘을 실어주고 믿어주는 노력을 계속 하려한다.

21일간 진행한 치유를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나의 상상이 현실이 될까봐 두려워 타인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조력자로 머물려고 했던, 그래서 결국은 내 삶에서 2인자일 수밖에 없었던 내가, 이제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 나의 상상을 현실화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홍역을 치르며 얻은 또 다른 수확은 나 자신을 포함해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 오직 신성만 본다는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체득하게 된 것. 상대를 나의 관점으로 고정해두고 멋대로 믿고 멋대로 배신감 느끼는 그 고질적 병폐로부터 어느 정도 나를 구제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본다.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 오직 그것만이 진리이고 그 진리에 가까이 갈 때에만 비로소 '공'의 상태, '무위'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맛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 어떤 상태에서 할 것인가.
뇌가 디폴트 상태일 때, 호흡으로 빛으로 에너지로 세포 곳곳을 가득 채워 지극히 이완된 상태에서 할 것.
아니, 이번 치유를 통해 체험한 것은 상상을 '한다'기보다는 그 상태에서 상상은 '떠오르고' 그 떠오른 상태를 뇌라는 안테나가 수신하는 것 같은 느낌. 그때는 두렵지 않고 편안했던 것 같다.

힐링스쿨 교재 프렉티셔너 레벨4 71쪽에 호오포노포노 한 구절이 가슴에 남았다.
'인생을 사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기억으로 사느냐, 영감으로 사느냐… 신의 목소리를 듣고 영감을 얻는 유일한 길은 모든 기억을 청소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해야 하는 일은 정화입니다.’

'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투 안에  (0) 2022.10.24
터진 모과  (0) 2022.10.22
이유를 묻기 전에  (0) 2022.10.13
골난 아이, 나의 폐에게  (0) 2022.10.10
헤일로 아카데미 14주를 지나며  (0) 202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