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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숙제 끝

둥그내 2020. 9. 30. 13:45

올해 어버이날 J는 '숙제'를 선물로 주었다. 

'어버이 자서전'이라며 건네 준 책에는 

무려 60개나 되는 질문들이 들어 있었다. 

 

요즘 기분이 어떠냐, 관심사는 뭐냐 

노후에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

요즘 가장 하고 싶은 건 뭐냐

지금 행복하냐

J는 어떤 아기였냐
키우면서 미안했던 점이 있느냐 등등 

온통 '나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들로 가득했다. 

 

답이 술술 나오지 않는 게 많았다. 

엄마와 아빠의 연애를 물어보는 대목도 그랬고 

나의 꿈이 무엇인지를 묻는 대목도 그랬고. 

치유니 뭐니 따로 공부하지 않고도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누리며 사는 J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을 하고 싶었다. 

 

숙제를 받은 지 넉 달이 지난 오늘 아침

드디어 답을 할 수 있을 거 같은 마음이 들어

책을 펼치고 하나 하나 답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미소를 짓기도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면서.. 

 

엄마가 아빠에게 쓰는 연애편지에서 잠시 막혔다가 

'나'라는 존재가 '그'라는 존재에게 쓰는 편지로 읽으니 

드디어 적을 수 있게 되었다. 

 

그를 '나무꾼'이라 칭하면서 

내 안의 어떤 숙제들을 그에게 투사하고

짐 지웠던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을 적었다. 

날개 옷을 도둑맞은 선녀 행세를 참으로 

오랫동안 해 온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적었다. 

이제는 그 모든 선택이 내 몫이었고

내가 스스로 그 선택을 했으며 

그 모든 책임이 온전히 내게 있음을

받아들인다고 적었다. 

남은 각자의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 

경계 너머에 있는 저 들판에서 

먼 길 여행해온 나그네로, 존재로 만날 수 있을 거 같다고 

사랑했고 미안했고 고마웠다고 적었다. 

그의 여정에 평화를 빌었다. 

 

내일 어쩐지 모두가 그냥 존재로 만나는 

그런 추석이 될 거 같다. 

명절 전 날 설레는 마음이 얼마만인지. 

아니, 처음인가..? 

 

어려운 숙제를 선물로 준 이 사랑스런 지지배야!

엄마 숙제 다 했다. 

하여간 너는.. 으이그.. 고맙다!

이젠 노래로 돈도 벌게 된 거,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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