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 나의 위치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명확하게 바뀐 지 3주 정도 되었을까.
입 안이 헐고 오른쪽 등쪽 흉곽이 아프고
가슴뼈를 빗장으로 단단하게 잠근 듯하고
기관지에 뭔가 잔뜩 낀 듯한 갑갑한 느낌도 가시지를 않아
정성껏 호흡하라는 메세지로 이해했다.
호흡하다가 별안간 왼손으로 오른쪽 쇄골 밑 8센티 정도 부위를 만지게 되었는데
꾹꾹 눌러보니 심각한 통증이 느껴졌다.
계속 눌러주니 열이 나고 다음 날 하루 종일 그 부위가 몹시 아프다가
하루 더 지나자 동반되었던 모든 통증들이 사라졌다.
통증이 사라진 후 꿈이 보여주는 상황이 더 선명해졌다.
꿈에서 내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은
민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누군가를 잘 돌보고 싶다는 마음에 집착할 때.
그걸 방해받는다 싶은 순간 상대를 바닥에 떠밀어버리고
떠밀린 상대가 얼굴에 피를 흘리며 나를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
그럴 때 내 안에서 감지되는 잔인한 폭력성에 치를 떨었다. 괴로웠다.
지난 화요일 미래역사팀 세미나에서 헤일로 선생님이 명상 가이드를 해주셨다.
톡방에 명상 후기를 남겼다.
“명상 중에 엄마 뱃 속에 든 저를 만난 건 처음이에요.
세상에 나오기 싫데요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섭고
죽은 언니에 대한 아빠의 죄책감에 떠밀려 나를 임신했지만
아들을 낳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나를 없애려고 한 엄마의 살기가 그대로 느껴졌어요.
그딴 세상에 나가야한다는 게 나는 너무 싫어요.
그렇게 나를 잉태한 그들을 두 손을 꼬옥 쥐고 원망해요.
평생 아침에 눈을 뜨기 싫은 게 이해되어요.
삶보단 죽음이 늘 가까이 있었어요. 졸렸어요.
근데 헤샘 가이드대로 아가에게 심볼을 놓아주었을 때
그때부터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명상 끝날 때까지 계속 눈물이 났어요.
가이드 마스터와 언어가 아닌 빛으로 대화를 했어요.
카멜레온처럼 서로에게 공명할 때마다 온 몸의 빛이 변해요.
감사를 표현하는 걸 배우러 왔다나봐요.
나의 탄생 자체에 대한 원망이 깊어 정서적 허기와 갈증이 심해요.
감사로 채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마음에 들어찬 감사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고 어리둥절하지만..
배우겠습니다.
무지개 방울로 영롱하게 연결되어 있던 동료들과 더불어서요.
어제 명상 너무 따뜻했어요 헤일로 선생님.
나무라셔도 시종 안겨있는 느낌이었어요.
지 잘나 살아온 줄로 알고 재수없게 구는 저를 허용하고
함께 해주신 동료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늦잠 자고 일어나 후기를 쓰면서도 눈물이 나더니
설거지를 하다가는 대성통곡을 했다.
그냥 계속 눈물이 났다.
그러고는 또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수업 도중 사람들 앞에서
“내 안에서 잔인한 폭력성을 발견했는데
이걸 어떻게 안아주어야할 지 몰라 안절부절이에요”
고백을 하고 나서 마음이 몹시 가벼워졌는데
한편으론 내가 분명 미쳤는가부다 싶기도 했다.
내가 타인을 향해 그토록 잔인한 폭력성을 휘두르는 장면을 보았는데
이게 이렇게 별안간 가벼워질 수도 있는 건가?
그날 저녁 헤일로 아카데미에서 뭔가 해답을 얻을 것 같은 느낌.
심리발달 8단계를 통해 성장과정의 상처를 펼쳐내는 세 사람의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이 몹시 아팠고 거기서 원하는 답을 얻었다.
성장과정에서 가해진 잔인한 폭력성이 내면화되어
결국은 그 폭력이 자신을 향하게 되는 자해의 과정과
그 자해를 멈추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시작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자각과 치유 여정.
꿈 속에서 내가 가해한 상대는 나 자신이었다는 자각.
아가에게 심볼을 놓은 순간 나 역시 자해를 멈추었다는 느낌.
그것만으로도 그렇게 금세 가벼워지고 살만하고 평안해지는 신비.
오늘 책을 읽다가 조금 전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포네는 데메테르와 제우스의 딸로 지하세계의 여왕이다.
식물의 여신인 그녀는 일정한 기간을 지하세계에서 보내야 한다.
신화는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인 하데스가 그녀를 납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신운동가들은 그것이 가부장제에 의해 왜곡된 서사라고 보고,
페르세포네가 스스로 지하행을 택했다고 해석한다.
하늘과 땅의 여신인 이난나가 지하세계까지 다스리는 힘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강했듯, 페르세포네도
영적 성숙과 강인함을 얻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 여신을 찾아서 140쪽, 김신명숙 -
나는 나에게 가해져 내면화된 잔인한 폭력을 자각한다.
나 자신에게 휘두르던 자해를 멈추고 나 자신을 보호한다.
나는 그토록 폭력적인 상황에 자발적으로 걸어들어갔다.
내가 나 자신을, 신성을, 빛을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갖추기 위해.
나의 선택이었다.
나의 선택을 존중하며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까지 묵묵히 나를 지지하며 지켜준 모든 신성한 에너지에
깊이 감사드린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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