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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의 삶

풍란은 알고 있다

둥그내 2020. 8. 21. 21:41

 

전복 껍질 위에서

3년만에 꽃을 피워올렸던 풍란에게 배운다.

더 큰 공간으로 옮겨줘야 하느냐 물으니

그 걱정은 네 걱정이고 그냥 두라고 했다.

전복 껍질을 감싸고 네가 뿌리를 내릴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그건 네가 생각하는 네 수준의 공간일 뿐

일주일에 한 번 물이나 달라고 했다.

네가 무사하지 못할까 염려된다 하니

내 잎을 보라 내 뿌리를 보라 했다.

잎은 푸르고 단단하다.

뿌리는 전복도 뿌리내릴 곳도 없는

텅 빈 공간을 향해 힘차게 뻗어가고 있다.

그곳에서 자신의 생명을 키워내는

힘을 얻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 공간은 비어 보이나 비어 있지 않음에 틀림없다.

풍란은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고 있다.

20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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