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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내의 삶

뭐든 할게

둥그내 2020. 8. 21. 20:29

 

내 몸의 어디가 가장 취약한지는

아플 때 드러난다.

약한 곳으로 부정적 힘이 몰려들고

증세가 거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약한 곳이 견디다 견디다 터지고 나면

오로지 몸에 집중하며 나를 돌보게 되고

얼마 간 앓다가 비로소 전투가 끝나면

온 몸에 힘이 빠진 매우 평화롭고 개운한 하루를

마침내 맞이한다.

가족 사이에 문제가 있을 때도

그 문제는 구성원 가운데 가장 약한 곳으로 몰린다.

열 살에 아부지 돌아가신 후 뚤린 구멍

그 구멍을 매우겠다 걸어들어온 이들과 엉키며

그 안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들이

가족 내 취약 지구였던 나에게 몰려들었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티다 버디다 터뜨리고 조금씩 회복하기까지.

사회에 문제가 있을 때도

그 문제는 가장 취약한 곳으로 몰린다.

오래 누적된 문제들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아이들에게로 몰렸다.

분노로 거리를 헤매고

함께 행진하던 단원고 아이들이

입술에 붉은 연지 바른 모습에 안심도 했다가

유가족 찾아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광화문 광장에서 울며 공연도 했다가..

우리 모두에게

그 와중에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건 아마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기력 아니었을까..

우리에게 코로나가 찾아왔다.

아이들의 희생이 경험하게 한 많은 것들

그 문화적 각인이

정부가 우리가 코로나에 어떻게 대응할지

이끌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얘들아,

잘 기억할게

잊지 않고 잘 대응할게

뭐든 할 게.

20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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