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환희
바야흐로 매미의 계절
지난 월요일 힐링스쿨 수업 마치고 귀가하던 길
라디오에서 곤충 박사 파브르에 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들려욌다.
매미를 15년 간 연구하다가 청력이 무척 안 좋다는 걸 알고
어느 정도인지 실험하고 싶어서 기관 도움받아 대포까지 쏴봤다고.
진짜 대단한 곤충 덕후셨던 듯.
그래서 그렇게 매미가 짝짓기할 때 크게 우는가.. 생각하고 있는데
디제이가 들려준다.
파브르 연구에 따르면
매미가 우는 건 단지 짝짓기 때문이 아니고
삶의 환희를 노래하는 것이라고.
순간 쿵..했다.
10살 때 처음 접한 매미 이야기는
4-7년 땅 속에서 계속 허물 벗으며 변태를 거듭하다
고작 7일 살다 간다는 슬픈 이야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고작’이라는 단어를 내가 슬쩍 끼워넣으면서
매미의 삶을 ‘슬픈’으로 해석해버린 거였다.
오래 된 나의 해석을 곤충 덕후 파브르 박사가
일거에 깨주시니 얼마나 감사하던지.
요즘 아침에 눈을 뜰 때 잠 들기 전에 항상 하는 기도
‘오늘 제가 저에 대해 알아야할 것을 알려주세요’
기도에 대한 응답 같았다.
‘네 안에 삶의 환희도 있단다’
요즘 매미와 비슷한 일 하나가 진행 중이다.
폐를 세포 차원에서 치유하면서
매 순간 호흡에 정성을 들이게 되었는데
내 안에 억압되어 있던 분노의 감정이 점점 생생해지더니
나의 존엄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순간에
그 생생한 에너지를 나의 힘으로 쓸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고 있다.
그 시기부터 피부의 허물벗기가 진행 중이다.
우유 뜨겁게 데웠다가 공기 중에 둘 때
우유 표면에 생기는 얇은 막 같은 것이
견갑골 등허리 허벅지부터 종아리 안쪽까지 자리잡았다.
내 피부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 느낌.

올해 드디어 매미 울음에서 환희를 느낄 수 있게 되었으니
나의 기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