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미션
# 미션 1
바람핀 남편 대신 외아들에게로
모든 관심과 애정을 쏟았던
질투의 화신 ㅈㅂㄱ 여사님
나도 살가운 며느리는 아니었으니
그것으로 우리 서로 퉁쳐요 이제.
어머님은 하늘에서 저는 개똥밭에서
이제 각자 서로 잘 살자구요.
# 미션 2
엄니의 더욱 왜소해진 몸에
나도 모르게 꾹꾹 눈물이 새어나와
하려던 말을 또 꿀꺽 삼키고 있었는데
기도문까지 정성스레 읽던 엄니는
내가 들려준 선물같은 소식들을
충분히 음미하며 누리는 대신
또 다시 ‘기승전 큰형부’로 가기 시작했다.
내 앞에서 그의 이야기를 그만 하라는
세 번의 간절한 부탁에도
도무지 멈출 생각을 안 했다.
니들이 내 마음을 어찌 아느냐
거의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엄니의
신세한탄 분노 기차
엄니가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나는 그럼 이만 가겠다.”
가방을 둘러매자 붙잡는다.
나는.. 가슴 속에 묻어둔 말을
하는 수 없이 꺼내기 시작했다.
깊은 소리가 나왔다.
눈물도 뚝뚝 떨어졌다.
그제서야 조용히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엄니에게 큰형부는 아마도
죽은 남편 자리를 대신한 사람이자 아들 같은 존재
그리고 집안의 가장이었겠지.
그런 기대를 품고 만들어낸 자신의 환상을
엄니도 이제는 직시하고
더 이상 남탓하지 않고
막내딸의 절규에도 떨쳐내지 못한
엄니의 용기 없었음을 좀 보고
엄니의 존재, 그 존엄함을 되찾아
남은 삶 즐겁게 사는 데에
에너지를 쓰다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미션을 완성했다.
이제 적어도 앞으로 내 앞에서는
큰형부 얘기를 안 할 거 같다.
언니들도 조심할 거 같다.
그리고 오늘 내게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앞으로 즐거운 만남이 되도록 하자는 소망도 담아서.
“공간은 열려 있으나 경계는 있다.”
내 스스로 경계 세우기를 해나가면서
하나 하나 정리되고 풀려나가고
새로운 관계맺기가 일어난다.
가볍다.
나는 존엄하다.
20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