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엄마와 온전히 분리하기

둥그내 2023. 3. 28. 17:01

‘아이에게 엄마가 당하는 폭력은 자신에게 행해지는 폭력과 같은 강도의 충격이며 상처이다. 아이에게 엄마가 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 수치심의 치유 81쪽 >

이 문장을 읽으며 많은 장면들이 지나갔다.
엄마가 곧 나였던 것처럼 서로 종속된 채 살아온 세월들 속에, 엄마를 향한 연민으로 엄마가 내게 쏟아내는 감정들을 그대로 흡수하며 엄마를 향한 분노를 억압해 온 내가 있다.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내게 어떤 자극을 주었는지 바라본다.
내가 저 말을 ‘니들이 내 맘을 어떻게 알아!’라며 하소연하는 엄마의 돌림노래로 들었음을 본다. 엄마가 자식들에게 엄마의 감정을 돌보게 하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방식, 희생자 모드에서 나오는 하소연..
‘어릴 때부터 엄마 이해하느라 나 이해할 공간도 없이 살았는데 또 그 소리냐, 도대체 언제까지 엄마 마음만 알아달라 할 거냐, 도대체 내 마음은 언제 알아줄 거냐, 엄마만 힘드냐, 엄마는 어쩜 그렇게 내가 아닌 내 주변의 남자들 편만 드냐’
그동안 묵혀둔 감정과 소리들이 그렇게도 많았다는 게 또 알아진다.

요즘 92세 엄니와의 소통 과정에서 내가 쪼금 다양하게 대응하는 게 느껴진다.
엄니의 사랑받고 싶어하는 귀여운 내면아이 나올 땐 맘껏 이뻐하구 엄니를 통해 가부장제 의식이 튀어나와 나를 통제하려들 땐 개지랄을 하다가 정색을 하며 내가 원하는 걸 말하고. 한 마디로 내 맘 가는대로 대응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서로 점점 편안한 관계가 되어 가고 있다. 놀러간다 하면 걱정만 하던 엄니에게 ‘엄마가 그래서 놀러간다 소릴 못한다, 재밌게 놀다와라 소리 좀 해주라. 그래야 내가 놀러간다 편하게 말할 수 있지 않겠냐’ 했더니 바로 다음부터 걱정 대신 재밌게 놀다왔냐 묻는다.

진즉 용기내서 솔직하게 대응할 걸.. 후회가 들기도 한다. 그랬음 나도 엄니도 서로 좀 더 빨리 편해졌을 걸..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을 ‘당신과의 연결을 차단하겠다, 이제부터 내 감정을 돌봐주지 않으면’ 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그렇게 감정적인 대응을 하게 되다니.. 깊은 반성과 부끄러움.. 엄니와 온전히 분리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겠다는 게 알아진 소중한 사건이었다.

그래도, 일단 내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알아지고 나니 내게 저 말을 했던 분을, ‘내가 안다’고 했던 오만함이 발견되었다. ‘나는 그분을 모른다’ 인정하고 나니 내가 그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도 어쩌면 당연하게 들리고 그분에 대한 많은 궁금증과 질문이 일어났다.
당신이 ‘잠깐! 이거 다루고 가요’라고 진행 발언을 했을 때 당신의 감정은 어땠나요, 당신이 선택한 그 길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당신에게 ㅇㅇ은 무슨 의미인가요, 당신이 그 모든 혼란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선택하여 걷고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등등.. 설사 이해는 못 해도 그분 감정에 공감할 수 있진 않겠나. 그분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어쩌면 이해하게 될 수도 있겠지.

비 온 뒤 땅 굳는다던 옛말의 지혜에 기대어, 방향이 같으면 매단계 온전하다는 말에 기대어, 모두가 함께 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배움을 얻어가며 더 잘 연결되기를  모두의 상위자아에 청하며 레이키 심볼을 보낸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