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전화 한 통 할 수 있을까요
둥그내
2023. 1. 13. 11:52
공항에서 수속을 기다리던 중 휴대폰이 없는 걸 발견
짐을 줄이기 위해 차에 겨울 외투를 두러 간다는 친구에게
내 외투도 벗어서 맡겼는데
그 외투 주머니에 있을 수도 아님 어딘가 흘렸을 수도
어느 쪽일지 확인하려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야하는데
내게는 휴대폰이 없는 상황이었다.
수속을 기다리는 긴 행렬 속에 들어선 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입술만 달짝이는 그 갈등의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대단히 길게 느껴졌다.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이 옆 엄마와 눈을 맞추고
호흡을 내뱉듯이 말했다.
“저 휴대폰을 잃은 거 같아요. 전화 한 통 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눈빛에서 흔쾌함을 느낄 순 없었지만
그녀의 손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내밀었다.
내 전번으로 한 통, 무응답
친구 전번으로 한 통, 친구의 응답
오던 길 다시 돌아가 내 휴대폰을 외투에서 찾아 헐떡이며 돌아온 친구
먼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정성껏 표현했다.
수속을 마치고 사라진 아이 엄마에게
나 역시 무사히 수속을 마치고 문자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난 후 그녀에게서 문자로 답이 왔다.
“찾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상황이 꼬이는 일은 언제든 발생해왔다.
꼬였을 때 그동안 혼자 애쓰며 도움을 청하지 못해
상황이 더 꼬여가도록 한 게 나 자신이었음을
이런 식으로 계속 확인한다.
매듭 푸는 성모가 다른 어딘가가 아닌 내 안에 있음을
청하면 주변에 이런 천사들이 늘 함께 함을
이런 식으로 계속 확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