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내의 삶
인연
둥그내
2020. 8. 21. 19:38
인연이 왜 숙제인지를 알겠다.
연결되어 있어서 좋은 시절이 지나면
연결되어 있어서 힘든 시절이 온다.
힘들어져서 끊어내면 딱 거기까지
그 이상 나아갈 수가 없는데
힘든데도 부대껴도 견뎌내려면
연결되어 있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야 한다.
모진 소리를 견디고 얻어 터지면서도
끈을 놓지않고 거기에 머물다보면
견고한 에고가 흐물해지는 어떤
‘순간’을 맞이한다.
이생의 숙제를 하나 끝냈다는 신호..
그때 찾아오는 시원한 가벼움..
그게 어제 누군가 말한 ‘명지바람’의 맛이 아닐까.
어제 바닥에 나를 맡기고 뒹굴다가
긴 머리가 누군가의 발에 찝혔다.
머리를 그곳에 그냥 두고
다른 곳을 계속 움직여나가는 사이
내 머리털을 누르던 발이 슬며시 다른 공간으로 갔다.
모든 게 지나간다, 흐른다.
2019.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