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골난 아이, 나의 폐에게

둥그내 2022. 10. 10. 12:29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앞에 가던 4살 정도 꼬맹이가
균형을 잃고 넘어졌어요.
아이가 일어서더니 엄마에게 한 소리 합니다.

“엄마가 내 옷을 밟아서 넘어졌잖아~~~”

당황하고 무안함을 느낀 저 작은 가슴이 어느새
엄마 탓을 하는 방법을 쓰는 게 귀여웠어요.
엄마의 반응이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언제 밟았어? 니가 가다 그냥 넘어진 거잖아~~!”

아, 엄마의 팩트 폭격^^;;
아이의 자존심은 이제 쉽게 수그러들지 않겠습니다.
역시 두 모자의 실갱이가 오가더군요.
“아냐! 엄마가 밟았잖아~~”가 계속 들려왔어요.

손주가 넘어졌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리 강아지를 누가 그랬어~” 하면서
땅바닥을 떼찌!하던 반응이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어루만졌을까.. 싶었습니다.

왼쪽 폐가 뿌옇고 작은 구멍 세 개가 있는 걸 발견한 지
몇 년 되었습니다.
폐결핵 가능성 80%, 그거 아니면 폐암일 수 있다면서
빨리 결핵약을 먹으라고 의사가 종용했지만
합치되는 증상이 거의 없어서
필요한 모든 검사를 마친 후에 확정이면
그때 먹겠다했었어요.
객담 검사, 유전자 검사, 기관지 내시경까지 모두 한 후
최종 검사결과는 전염성 없는 염증이고
관련 세균이 100가지가 넘어 특정하는 게 불가능해서
2년 간 약을 먹어도 완치 가능성이 희박하다가
최종 결론이었어요.
약을 먹겠는가 묻기에 안 먹겠다 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왼쪽 폐랑 대화하며 살고 있습니다.

왼쪽 폐는 꼭 걷다가 균형을 잃고 넘어진 저 아이 같아요.
넘어졌을 때 그 마음을 제가 알아주지 않은 바람에
남 탓 하며 자존심 지키느라 너무도 오랜 세월을
골이 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구멍도 나구요.
그래서 크게 웃으면 기침이 납니다.

호흡을 불어넣으면 오른쪽 폐는 잘 안 느껴지는데
왼쪽은 불편함 때문에 느껴져요.
기도에서 폐로 넘어가는 그 지점까지두요.
힐링스쿨에서 배운 방법을 써가며
더 정성껏 호흡에 빛을 실어 보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편도 들어주고
넘어져서 속상한 마음도 알아주고 하면서요.

알아달라 할 땐 그냥 알아주면 된다는 걸
이제라도 알게 된 걸 감사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