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내 치유&성장 일기

당신은 왜 그렇게 칭찬에 인색해요?

둥그내 2022. 4. 14. 15:39

누군가 던진 질문에 머물러보면서 나의 내면에 답을 구해본다.

내면아이가 답한다.
어릴 때 들었던 어른들의 칭찬이 아이에게 부담이 된 순간이 많았다고.
“강희는 혼자서도 잘 하네. 참 의젓해.
강희는 참 똑똑하구나. 강희는 강하구나..”

어른들의 칭찬에 처음엔 으쓱하고 뿌듯하기도 했을 거다.
그런데 어떤 모습으로 있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경험이 너무 빈약한 상태에 있다보니
저런 칭찬에 부합하는 아이로 행동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신념이 굳어지고
그게 그만 아이에게 큰 감옥이 되었던 거 같다.
모범생이라는 겉으로 드러났던 나의 모습은 사실은
어른들에게 사랑받기 위한 처절한 애씀의 결과였던 셈이다.

혼자서도 잘 하는 의젓한 아이라는 말에 매여 사느라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혼자 끙끙대며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그래서 아이는 많이 외로웠단다.
힘들 땐 도움을 요청해도 되고 그것이 나에게 유익함을 경험한 지 얼마 안 되었다.
나에게 의젓하다는 칭찬이 그렇게 큰 부담이었다는 걸
그로인해 내면아이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된 거다.
그동안 무감각 상태에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도 잘 못 느끼고 살아왔다 말한다.

강하다는 말을 들으면 내면아이가 잔뜩 부담을 느끼며 속삭인다.
“아니, 난 그렇게 강하지 않아. 자꾸 그렇게 말하지마.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힘들어 주저 앉았을 때 내가 뭔가 잘못한 거 같잖아.
난 연약해. 돌봄이 필요해. 힘들면 쉬게 해줘.
날 들들 볶지마. 징징댄다고 나무라지마!”

똑똑하다 소릴 들으면 내면아이는 불안하다.
“난 어리숙한 부분도 많아. 내가 똑똑하게 굴지 않으면 또 실망하고 날 못마땅해 할 거지.
그런 거 싫어. 난 어리숙해. 천천히 배워도 된다고 말해줘”

칭찬으로 생긴 그림자에 내면아이가 오랜 시간 고통받아와서
나는 칭찬에 인색해진 거 같다.
칭찬이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요즘 어떻게 표현하면 에고에 기름을 붙지 않으면서도 또
내면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을까 배울 길을 찾고 자꾸 생각하고 고심하게 된다.

내게 정면으로 질문하며 도전해준 그 시간을 통해
내면아이의 고뇌를 더 깊이 만나는 경험을 한다.
매순간 배울 것이 있다는 말씀이 이런 건가보다.

용기내어 질문 던져주신 그 분의 신성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모범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무너져도 괜찮아요
거기에 한참을 앉아 울분을 토하고 화를 내도 괜찮아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도 괜찮아요
누군가를 미워해도 괜찮아요
누군가에게 분노가 치밀어도 괜찮아요
길을 잃어도 괜찮아요

다른 건 다 모르지만 이것만은 알거든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당신의 신성이 분명 길을 안내할 거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