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 꿈에
# 꿈에
투명한 기차 모양 이동 수단, 공항 내부에서 운행되는 트램 같다.
사람들이 수속을 하기 위해 그 트램을 타고 이동한다.
고등학생 때 큰 형부가 자신의 직장, 우체국에서 선물로 받아다고 내게 준
원통 모양 나이키 가방을 들고 나도 올라탔다.
'이쯤에서 내릴까..?' 하다가 조금 더 가서 내렸다.
수속을 진행하려는데 이따가 오라고 한다.
50미터 정도를 걸어가니 몇 개의 방이 있다.
그 중 하나의 방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 방에는 여인 A가 있었는데 여성 지도자 같은 느낌.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다른 여인 B가 들어와 자신의 이슈를 말한다.
잠시 후 그 두 여인이 내게 방을 나가달라고 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질투'
내 감정을 느낀 A가 내 목걸이에 달린 두 개의 알을 빼서 달라더니
그 알들을 살짝 터치하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말하고 나서
내게 그 알들을 다시 돌려주었다.
그 방에서 얼른 나가주어야 할 것 같아서 알들을 손에 쥔 채 서둘러 나왔다.
얼마 안 있어 내 가방을 그 방에 두고 나왔음을 알아차렸다.
방해하기 싫고 민폐가 될 거 같은 마음이 들었지만 할 수 없이 방 문을 두드렸다.
A가 문을 열었다.
내 가방을 안에 두고 나왔다고 말하자 휙 한 번 둘러보더니 "없다"고 한다.
그 말 한 마디에 민폐될까봐서 바로 돌아선다.
다른 공간.
뷔페 같은데, 수속을 하고 나면 주는 티켓이 있어야 그 음식을 누릴 수가 있다.
'수속을 하려면 가방이 필요한데, 분명 가방이 그 방 안에 있는데..' 생각한다.
그 공간을 지나자 서점 같은 공간이 나오고 윗층으로 올라가는 매우 위태롭게 생긴 계단이 있다.
나는 그 계단을 올라간다.
손에는 목걸이 알 두 개를 움켜쥐고 있는데 계단을 오르는 동안 놓칠 것만 같은 불안함.
계단을 모두 올라가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책을 보고 있고
맨 위 계단에 서서 내 손을 조심스레 펴보니 빈 손이다.
너무 놀라 바닥을 뒤져보니 카페트에 반짝이는 조각이 보인다.
손에 올려놓고 보니 원래 모양의 알 두 개가 아니고
그 알이 깨지고서 나온 그 속의 더 작은 보석 두 개
그 보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꿈에서 깨었다.
# 아침 명상
꿈에서 느낀 나의 감정과 상징들을 음미해보았다.
< 질투 >
질투는 '내 것'을 빼앗길까봐 두려운 마음이거나 빼앗겨서 화가 난 마음이다.
'내 것'이라는 게 있는가 질문했다.
모두가 내 안에 있다는 대답이 왔다.
내 안의 것을 외부로 투사했을 때 발생하는 게 '소유욕'이고 그것이 질투를 부른다.
투사를 멈추고 내 안의 것을 내 스스로 통합한다면?
질투라는 감정이 허상에서 비롯됨이 알아진다.
꿈에서 A가 답을 주었다. "우리는 하나다"
< 쿨한 척 >
꿈에서조차 질투라는 감정을 숨기고 '깨끗이' 물러선다.
여기서 스탭이 꼬여버렸다.
내 그림자 속에 '질투'가 있음을 먼저 알아주지 않는 한 그 감정을 내가 수용할 수 없다.
그 상태에서 나오는 '쿨한 척'은 거짓 평화를 낳는다.
아이처럼 떼 쓰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내가 안아준다.
< 민폐될까봐 >
얼른 방에서 나가주려고 목걸이 알을 줄에 다시 끼우지도 않고 손에 쥔 채 방을 나온다.
알을 줄에 끼워 목에 걸었으면 손에 쥐고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됐다.
쿨한 척으로 스탭이 꼬이자 내게 반드시 필요한 '가방'도 포기한다.
그 가방이 있어야 수속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방 문을 어렵게 두드렸다면 이제 그 방으로 직접 들어가 스스로 가방을 찾아라!
회피하여 포기하지 말고!
마음이 불편할 때는 일단 그 마음을 알아주는 프로세스를 밟으며 충분히 허용할 것.
< 가방 >
하필이면 '그' 나이키 가방인가. 가방에 대한 양가감정이 있었다.
남성에 대한 최초의 '혐오' 기억을 심어준 큰 형부가 준 가방이라니..
그 가방에 여권이 들어 있다니..
남성에 대한 혐오를 치유하여 내 안에 온전한 남성성을 회복하라는 말씀이구나..
계속 혐오하며 '민폐될까봐'라는 회피 기제를 사용하여
중요한 것이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포기할 것인가,
혐오를 끌어안고 방에 들어가 가방을 찾아서 나올 것인가
선택하라.
< 선택 >
'우리는 하나다'라는 목걸이 알 두 개를 손에 꼬옥 쥐고 책이 많은 곳으로 갔다.
걱정으로 움켜쥔 손에는 목걸이 알이 머물지 않았다.
알 두 개 속에 든 정수, 보석은 정작 바닥에 있지 않았는가.
그동안 내 머리 속에 담아왔던 지식들, 신념체계들에 대한 De-educated 과정이
시작될 거 같은 느낌
감정체 치유에 좀 더 힘을 받으면서 정신체 치유로 나아갈 것 같은 느낌
그것이 내 본성의 선택인 듯 하다.
또 하나, 리더십 회복
리더 역할에 지쳐서 대학 들어갈 때 다짐했었다, 다시는 나서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지금의 나에게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더 이상 집단의 리더가 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그냥 그런 역할이 필요한 순간 혹은 그런 경험이 필요한 순간에 찾아오는 기회들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이다.
지금 내게 리더십은 내가 내 삶의 '주체'로 우뚝 서는 것이다.
내 스스로 내 삶의 창조주가 되는 것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의 의미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침 내내 기도가 떠올랐다.
"하나님, 제 뜻대로 마옵시고 하나님 뜻대로 하옵소서"
이 기도를 하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