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함, 내맡김, 사죄
# 섭섭함
코로나 시기 동안 함께 다니며
‘사심없는 관계’를 경험한 친구가 있었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는데
어느 순간 거리를 두는 거 같은 느낌
먼저 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소식이 오가지 않는 그 상황에
먼저 시도해야 겨우 대응하는 그 반응에
섭섭한 감정이 일었다.
그 관계에 대해 나는 어떤 기대가 있었구나.
사심없는 관계를 나누었는데
사심이 생겨버렸구나.
내 안에 있는 상실감을 위로하며 사심을 털었다.
우리는 모두 그저 자신의 여정을 향해 간다.
그리하여 관계는 무상하다.
고정된 상황을 그리는 순간 거기에 매인다.
내가 가고 있는 길로 다시 시선을 가져온다.
# 내맡김
월요일에 내가 화면을 통해 본 빛에 대해
그 반가움에 대해 혼자 알고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누었다.
상대는 톡을 읽기만 하고 묵묵부답이다.
내게 남아있는 수업료 5만 원을 돌려달라고도 않는다.
나는 내 표현을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give-up
그것에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임을 이제 안다.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상대와 함께 있는 다양한 사이버 공간에서
그의 언행과 만난다.
아무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좀 신경이 쓰이는 경우도 있고
신경이 쓰이는 경우는
그런 관계의 불편함이 느껴져서
빨리 이전 같은 상태의 관계로 복구하고 싶은 마음
그가 빨리 변화해서 복구하고 싶은
마음을 내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그것이 ‘통제 욕구’로 이어지는 전 단계임을 안다.
그 꼬임에 넘어가면 오지랖을 부리고
심지어는 지적질을 하게 될 수가 있다.
나의 바람에 상대를 맞추려 하는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 이미 폭력이다.
내가 겪어봐서 안다.
겪었으면서 타인에게 내가 행하면
나의 고통과 아픔을 배움으로 남기지 않고
허비하게 된다.
나는 상대의 신성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상황을 불편하게 느끼는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 속에 숨은 ‘친구에 대한 사랑’을 떠올렸다.
불편함이 그리움으로 바뀐다.
가슴이 조금 저려왔다.
노래를 한 자락 불렀다.
마음에 불편함으로 남아있는 모든 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공중에 부르며
그들의 평화와 풍요를 위해 기도했다.
읽고 있던 책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를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가슴이 시원하다.
# 사죄의 힘
나를 내리누르는 죄책감의 실체와 직면했다.
우연히 보게 된 앨범에
그녀가 환하게 웃는 사진이 있었다.
무언가를 갖고 싶은 나의 욕심으로 인해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그녀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염없이 속죄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수도 없이 반복했다.
속죄의 눈물이 나올만큼 나온 후
그녀의 평안을 위해 기도했다.
가슴이 많이 뚫렸다.
7월 29일